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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갑자기 10km 롱기스트런 파이널런을 신청하고 어쩌다 완주를 하게 된지 언 6개월, 하프마라톤을 신청해버려습니다.

제 10회 행복한 가게 마라톤대회

하프 마라톤이라 막연히 나도 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해보다가 봄이오고 날씨도 슬슬 풀리는 듯 하니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고 덜컥 신청을 해버렸는데요,

문제는 겨울동안 거의 연습을 못했다는 사실.

게다가 지금까지 한번에 가장 멀리 뛰어 본게 12km정도 였다는...

 

뭐 하면 못할게 뭐가 있냐 싶어 동네에서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였고, 10km 정도는 이제 마음 먹으면 언제든지 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본격 적으로 준비를 해보았습니다.

대회 시작까지 한달 정도 남은 시점. 

10km ~ 12km 정도를 이틀에 한번 정도 달렸고, 부상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페이스를 조절해가며 천천히 뛰었습니다.

이전 포스트에서 심박계와 음악, 러닝화가 필수 아이템이었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2022.09.21 - [살아가는이야기] - 10km 러닝에 도전하다(feat. 40대 중반 회사원 아저씨)

 

10km 러닝에 도전하다(feat. 40대 중반 회사원 아저씨)

나이가 40을 넘어가면서 체력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매년 연초에 계획하는 운동 계획은 1월을 넘기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었고, 단 한번도 계획을 세운적은 없지만 매일 같이 어기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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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전문적으로 뛰어보려니까 달리기 전용 워치 정도는 있는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인터넷을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당근에 garmin venu2 가 저렴하게 나왔길레 덜컥 구입!

자 이제 신상 템을 장착하고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대회 준비 시작

대회 시작 2주전, 

일단 여러 마라톤 훈련 중 LSD 훈련을 통해 내가 하프를 뛸 수 있는 체력이 되는지를 파악해 보기 위해 동네를 무작정 뛰어보았습니다. 어쨌든 21km 라는 어마어마한 거리를 뛰어야 하니 내 다리가 과연 버텨줄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이날은 가능하면 15 ~ 20km 를 달려보려고 마음먹고 6분 40초 정도 페이스로 14km 정도를 달렸는데 생각보다 힘이 들지 않더라고요. 그레서 14km 를 넘기면서 속도를 올렸습니다. 5분 10초대까지 올리며 2km 를 더 달렸는데 아직도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지막 1km 다 생각하고 4분 30초대까지 올려 1km 를 달리기로 합니다.

와 200m 정도를 남기고 전력질주를 해봤는데 심장이 188bpm 까지 뛰며 온몸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굉장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처음으로 17km 를 달렸다

그렇게 마치고.. 하프도 뛸 수 있긴 하겠구나.. 라고 마음먹고 집으로 왔는데..

 

그런데..

 

무릎이 아픈겁니다. 통증이 살살 오는데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겠지 싶어 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 삼일이 지나도 통증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더라고요. 걸을 때 마다 무릎이 아프고 시리고, 힘도 주기 어려웠습니다. 훈련은 고사하고 출퇴근도 너무 힘들더라고요.

안좋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회까지 1주일 정도 남은 시점. 살짝 통증은 줄었지만 아직 뛰는건 무리.

절망적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인터넷을 찾아보다가 영상을 하나 봤는데 정말 기가막힐 노릇이었습니다.

 

제가 신는 바로 그런 신발, 아식스 타사엣지 같은 그런신발요.

절대 신지 말라는 충고였습니다 (털썩). 무릎 다 나간다고 하네요.

 

아뿔사......

 

신발이 문제였구나.... 

 

그래서 얼른 이곳 저곳 정보를 찾아본 뒤에 아식스 매장에 찾아가 신발을 새로 구입했습니다.

그이름은 매직스피드2

저처럼 발볼이 넓은 사람들을 위해 WIDE 버전이 나오는 고마운 신발이지요. 신발의 모양을 보면 엄청난 쿠션감이 있을 것 같지만 그다지 쿠션이 아주 많은편은 아닌것 습니다. 하지만 나름 카본플레이트가 들어간 신발입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반발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하고는 있지만 그다지 반발력이 뛰어난지는 잘 모르겠고요. 볼이 넓어 일단 발이 편하고요, 뛰는동안 약간 힘이 덜 드는 느낌은 있었습니다. 워낙 가볍기도 하고요.

보통 대회나가기 전에 대회용 신발로 100km 정도는 뛰어서 익숙한 상태로 출전해야 한다고 하였으나 저는 뭐 대안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수요일 (D-4) , 새로산 신발을 신고 동네를 1km 정도 뛰었습니다. 아~~주 천천히요. 

타사엣지에 비하면 푹신푹신하기도 하고 뛰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서 조금 어색했지만 살살 뛰어서인지 뛸만 했습니다. 물론 무릎 통증이 사라지지는 않아 1km 뛰고는 들어왔습니다. 더 뛰면 증상이 완전히 나빠질 기세였거든요.

 

목요일 (D-3) 역시 가볍게 1km 정도를 뛰었습니다. 어제보다는 신발이 조금 익숙한 느낌입니다. 약간 통통 거리는 느낌이 있는데 그 얇은 창의 타사엣지보다 더 반발력은 적은 느낌이었고요. 중창 부분에 카본 플레이트가 들어있다고 하는데 딱히 뭔가 다른 느낌은 없었습니다. 무릎은 어제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역시 1km 만 뛰고 들어와 쉬었습니다.

그냥 이대로는 무리일 것 같아 목요일 저녁부터 이부프로펜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어쨌든 통증은 줄여야하지 않겠습니까. 

금요일 (D-2), 그냥 쉬었습니다. 

토요일 (D-1), 칼로리젤 도착, 간단히 몸풀기.

인터넷에 찾아보니 달리기 중 영양 보충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칼로리젤을 구입하였습니다. 달리면서 에너지 보충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 처음 도전을 해보게 되네요.

모든게 정말 미숙한 하프마라톤 준비네요.. 걱정이 앞섭니다.

장트러블이라도 없기를 바라며 점심 저녁은 간단히 먹고 동네 한바퀴 (2km) 정도를 가볍게 뛴 후 출전 준비를 마무리 했습니다.

 

드디어 시합 당일 (D day)

아침 일찍 일어나 우유(매일 소화가 잘되는 우유) 와 단팥빵을 하나 먹고 화장실 가서 변을 본뒤 (다행) 여의도로 출발 합니다. 다행히 대회 시작 시간이 9시라서 여유있게 이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이미 사람들이  많이 모였더군요. 부라부랴 배번표를 달고 신발끈을 조여 맨뒤 에너지젤을 하나 섭취합니다. 이때가 출발 30분전,

여의도 공원에는 행복한 가게 마라톤을 위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미리 받아두었던 배번표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진행자의 리드에 맞춰 준비운동을 하고 몸을 풀어 주었습니다.

드디어 하프 출발 대기선에 섭니다.

두구두구~~~ 

 

드디어 경기 시작!

오늘의 목표는 완주 이므로 초반에 힘을 아끼기 위하여 천천히 달리기로 마음먹고 다른 사람들이 추월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6분 20초 정도 페이스로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상쾌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한강을 옆으로 하고 달리는 기분이 매우 좋더군요. 한 2 km 정도 달리고 나니 슬슬 몸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몸이 가벼운게 컨디션이 괜찮은 듯 했습니다. 하지만 자만은 금물. 6분 00 ~ 10초 정도로 페이스를 약간만 올린채 반환지점까지 유지하기로 해봅니다.

심박수는 140 언저리에서 크게 넘지 않도록 유지했습니다. 대약 10km 쯤 왔을때 150이 살짝 넘더군요. 사실 심박수 150 미만이면 그동안 경험상 거의 힘들거나 숨차지 않은 수준이었고 역시나 예상대로 10km를 달렸지만 발바닥이 조금 묵직할 뿐 다른 불편한 느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완주를 위하여 15km 까지는 지금의 수준을 유지해보기로 합니다. 10km 를 지나면서 에너지 젤을 하나 따서 먹었습니다. 천천히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달리면서 먹는데 무리는 없었고 생각보다 갈증이 나지는 않더군요. 곧 마주한 급수대에서 물을 한컵 마셔 주었습니다.

15km 근처에서 심박수는 서서히 올라 150이 조금 넘고 있었고 페이스는 6분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달린걸 보면 계획대로 빠르지는 않지만 서서히 페이스를 올리는 전략대로 진행이 되고 있었고 몸에도 큰 무리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완주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계획에 없던 바람이 반환점을 돌자마자 역풍으로 바뀐것이 변수라면 변수였달까요? 큰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순풍이 얼마나 중요한건지 깨닳았습니다. 반환점 돌기 전까지 제가 체력 유지를 할 수 있었던건 아마 순풍의 힘이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17km를 통과하는 지점에서 이제 남은 체력을 투입해보기로 합니다. 5분 40초 안쪽으로 페이스를 올리고 한 2km 정도를 달리고 나니 심박이 160을 넘어 170으로 치닫더군요. 숨이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더 달릴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발 구름은 이제 뭐 거의 무의식 적으로 기계적으로 반복해서 이루어 지고 있었고.. 자세가 무너지지 않도록 신경쓰면서 조금씩 보폭을 넓혀 봅니다.

20km 를 통과하기 시작하며 이제 남은 힘을 다해 남은 1km 정도를 달려보기로 하였습니다. 5분 페이스 안쪽으로 뛰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안 듣더군요. ㅋㅋㅋ. 5분 20초 정도의 페이스로 달리는게 고작이었습니다. 마지막 400m 정도는 4분대 페이스로 뛰기는 했지만 한계였습니다. 이미 심박수가 180을 넘었거든요. 이래서 평소에 인터벌달리기나 템포런 같은 훈련을 하는구나 했습니다. 체력이 다 빠진 상태에서도 마지막 질주를 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죠.

 

어쨌든 완주 성공.

마지막 3~4km 구간 동안 그동안 앞질러 갔던 선수들을 따라 잡으면서 바람을 가르며 (이건 역풍 때문에 더. ) 달리는 기분이란 정말 이루 말할데 없는 환상적인 기분이었습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계속 달렸습니다. 아니 사실은 멈추어지지가 않더라고요. 보폭을 줄이며 계속 달려가서 화장실로 ㄱㄱ

세수를 하고.

숨을 돌리며.

달리다 보니 마중나온 친구를 들여 보냅니다. 읭? 무슨 소리냐고요?  요건 나중에 따로 한번 작성할텐데요. 만성이 된 치질(치핵) 이 있었는데... 요 녀석이 좀 오래 뛰면 빼꼼 얼굴을 내밀더군요. ㅜㅜ 

어쨌든 처음 참가한 하프마라톤 경기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완주기념 메달. 캬 너무 멋진 메달입니다.

정말 너무너무너무 뿌듯하고 가슴 벅찬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달려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기분이죠. 정말이에요. 나 자신을 이겨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 나 스스로가 너무 대견하고 칭찬해 주고 싶은 그런 기분입니다.

이글을 읽는 여러분도 도전해 보세요. 살면서 이런 가슴벅찬 경험을 몇번이나 경험할 수 있겠습니까??

 

초보 런린이의 하프마라톤 도전 핵심 포인트 정리

이번 달리기를 하며 하프마라톤을 위하여 준비해야 할 핵심 포인트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 180bpm 음악 준비하기 (2시간 이상 들을 수 있도록)
  • 오래 달리기에 적합한 신발 준비 (쿠션화 추천)
  • 심박계 또는 정확한 심박 측정이 가능한 러닝 워치
    • 평소 운동을 통하여 본인의 심박 레벨을 꼭 확인하자. 
    • 숨차지 않는 수준으로 달릴때의 본인의 심박수 알아두기
  • 에너지 젤 과 달리며 먹는 연습 (페이스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 대회 당일 아침 장을 깨끗히 비우기 (중요)
  • 완주를 위한 페이스 전략 세우기
    • 처음부터 다른 선수들의 페이스에 말려 지치면 안됩니다.
  • 가볍고 보온 또는 체온 관리가 용이한 복장
  • 눈부심을 많이 타는 경우 썬글라스 준비
  • 시작전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 열심히!!
  • 출발 후 1~2km 는 반드시 본인의 컨디션 확인을 위하여 워밍업 느낌으로 달리기

 

이정도가 되겠습니다. 물론 엘리트선수 분들을 위한 포인트가 아닙니다. 저처럼 처음 도전하거나 처음 완주를 목표로 하는 분이 보시면 좋을 것 같아 적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앞서 크게 걱정했던 무릎은 21km 를 완주한 후에도 별다른 통증이 없었던것을 보면 신발을 바꾼 효과를 톡톡히본 셈 입니다. 정말 다행이죠.

 

자 그럼 기록은?

부끄럽지만~

 

제 가민 커넥트 앱에 기록된 정보 입니다. 처음으로 21km 를 뛰었기 때문에 개인 기록으로 등록이 되었네요.

초보 러너로써 완주에 큰 의미를 두고 참가한 경기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결과도 만족스럽습니다.

페이스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을 크게 느꼈고 완주 후에도 몸에 큰 무리가 없었던 것을 보면 평소에 심박수를 기준으로 페이스 전략을 잘 세우면 기록을 올리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자 이제 가을에는 풀코스에 도전을 해볼까요? ㅋㅋ

여러분도 한단계 한단계 성장하는 기쁨을 함께 맛보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좋은 대회를 열어주신 행복한 가게 마라톤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참고로 행복한 가게 마라톤 대회의 참가비용은 기부금으로 쓰여집니다 흐뭇~

 

2022.09.21 - [살아가는이야기] - 10km 러닝에 도전하다(feat. 40대 중반 회사원 아저씨)

 

10km 러닝에 도전하다(feat. 40대 중반 회사원 아저씨)

나이가 40을 넘어가면서 체력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매년 연초에 계획하는 운동 계획은 1월을 넘기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었고, 단 한번도 계획을 세운적은 없지만 매일 같이 어기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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