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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느덧 중학생이 되었다.

많은 지식보다 따뜻한 마음을, 고리타분한 원리원칙 보다는 위트있는 재치와 지혜를, 범생이 공부벌레 보다는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몸고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려고 마음먹은지 15년이 지난 지금 아이를 보며 나는 어떤 아빠인지 생각해 본다.

아이에게 영,수 학원보다는 복싱 체육관과 피아노학원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최근에는 실용 음악 학원에서 베이스 기타를 배우며 학교에서는 중학생 밴드 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나름 내가 생각했던 그런 아이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주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음악을 사랑하는 아이가 연주하는 피아노 곡이나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흐믓하고 가슴이 따뜻해 진다.

 

아이가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이 아이의 팬 인가보다.

내가 아이의 연주하는 모습을 이렇게 좋아하는건, 엉성한 연주도 이렇게 가슴이 따뜻해지는건 아마 내가 이 아이의 팬이기 때문인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왠 연예인 이야기도 아니고 '팬' 이 나오냐고?

음...

연예인의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사진 출처 = 'One in an ARMY' 공식 홈페이지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BTS 가 오늘의 인기를 얻기까지 BTS 의 능력과 외모 못지않게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BTS 의 팬덤인 아미 때문이 아닐까. 아미야 말로 정말 자신의 연예인을 최고로 만든 일등 공신이라 생각되는데, 다른 극성 팬들과 다르게 그들의 행보를 보면 정말 자기가 사랑하는 연예인이 최고의 가수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방면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다.

어쩌면 훌륭한 연예인이 만들어 지기 위하여는 본인의 스타성과 노력도 중요 하겠지만 바로 멋진 팬들이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부모는 자식의 팬이 되어 자식을 응원하고 자식이 가야할 길을 비추어 주는 열혈 관객이라는 거지.

팬들이 떠나버린 연예인은 어떠한가. 더이상 사랑해 주는 이가 없는 연예인... 어쩌면 그 시점에 이미 연예인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어릴때는 그저 예쁘고 귀여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처럼 아이만을 바라보던 부모가 어느새 커버린 아이에게 관심이 줄어들고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과 사춘기를 맞아 예민해진 아이와의 잦은 의견 충돌로 점점 담을 쌓게 된다면 그 아이는 잃어버린 팬을 찾으러 가정 밖으로 돌겠지. 

팬들이 떠나간 연예인이 밤무대와 이름모를 행사장을 전전하는 것처럼 아이도 어른들의 보호가 닿지 않는 그늘 속으로 그를 사랑하는(?) 친구들, 그리고 인터넷 세상 속으로 점점 숨어드는 거라 생각한다.

집안에 자신의 열혈 팬이 여전히 자신만을 사랑해 주고, 믿어주고, 기댈 곳을 준다면 어두운 그늘이나 가정으로 부터의 도피처를 찾아 떠나갈 아이는 없을 것이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살펴보고 아이의 관심사에 나도 관심을 갖는것, 우리가 연예할때 애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했던 바로 그것들, 사랑하는 연예인의 팬덤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응원하는 그 마음을 아이에게 준다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아이가 본다면 아마 자신의 오랜 팬이 돌아온것에 고마워 할 것이다.

요즘 밴드활동을 하는 아이를 위해 아빠 세대의 슈퍼스타였던 건스앤로지스나 너바나, 매탈리카를 소개해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어릴 적 정보가 없어 몰랐던 유명한 밴드 맴버들의 숨은 이야기 등을 아이 스스로 찾아보고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한  '너바나'의 베이시스트인 '크리스노보셀릭'의 삶에 대하여 이야기를 할때는 정말 크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라이브로 전설적인 가수들의 음악을 듣는 다는건 음악하는 이에게 얼마나 황홀한 경험인가!

나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락페스티벌에 며칠전에 아이와 친구들을 보내주며 그들이 행복한 시간을 갖기를 기도했다. 다시 안올 열다섯살의 잊지 못할 추억이 되기를 바라며 티켓을 끊어 주었다. (이틀 뒤 가 중간고사 라는건 함정)

돌아오는 아이의 상기된 표정과 재잘대는 친구들의 얼굴이 밝아 흐믓했다.

 

 

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이여, 오늘부터 자신의 아이의 열혈 팬이 되어 보자.

아이를 키우는건 훈육도 간섭도, 교육이나 잔소리가 아니고 바로 사랑이다.

 

성인이 되기 까지 이제 5년. 

길고 긴 육아라는 퀘스트가 중간은 넘은것 같다.

물론 둘째 퀘스트도 함께 수행중이긴 하지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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