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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아들내미가 물었습니다.

"아빠 산타클로스는 있는거야? 애들이 그러는데 그건 다 부모님들이 하는 거짓말이래."

야심차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숨겨둔 저에게 아들내미의 질문은 혼란을 안겨주었습니다.

 

음...

 

어떻게 대답하는게 좋을까요..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물론이지. 산타클로스는 있어. 당연한걸 왜 묻는지 모르겠네."

 

저는 설명했습니다.

"자. 잘 들어봐. 산타클로스는 있어. 그런데 볼 수는 없지.

사실은 누구도 본적은 없어.

하지만 분명 산타클로스는 있어.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는 아이에게는 있고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믿는 아이에게는 더이상 없는거야.

어른들은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생각해.

그런데 아이들은 있다고 생각하지.

아이들이 자란 어느날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거야.

그럼 그 순간 그 아이에겐 산타클로스는 더이상 없는 존재가 되는거야."

 

 

"??"

 

아이는 물음표 가득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아이가 입을 열었습니다.

 

"아빠! 나는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을래!"

그리고 일곱살의 아이는 밝은 얼굴로 방으로 들어가 커다란 양말을 침대 머리에 걸어 두더군요.

 

 

 

자 산타클로스는 있는걸까요? 없는 걸까요?

당연한걸 왜 이야기 하는거냐고요?

 

제가 아이와 산타클로스에 대한 이야길 하면서 느낀 것은
바로  종교가 바로 이것과 정확히 동일한 개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부처님께 기도하는 우리의 모습이 마치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는 아이의 마음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의 삶이 완전할 수 없고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종교에 기대는 것처럼
아이들은 선물에 대한 기대를 안고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며 행복한 내일을 맞이하는 그 중심에
산타클로스라는 존재가 있는 것이죠.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라는 존재로 행복(선물)을 건내는 것은 실제 산타클로스가 아닙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님이죠.

하지만 아이의 믿음 속 산타클로스는 부모님보다 훨씬 기대를 증폭시키고 행복하게 만드는 믿음이라는 힘이 작용 합니다. 그래서 그 행복은 느끼게 하기 위해 부모님들이 연기를 하는 것이죠.

 

어쩌면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믿는,

현실을 남보다 먼저 깨닳은 친구들이 더 진실을 빠르게 얻었다고 말할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 고녀석 당돌하네, 똑똑하구만'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뭐 어찌보면 대부분의 부모는 산타 그까짓것 있거나 말거나 관심도 없을거고요.

어짜피 내가 사주는 선물인데 산타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 할 수도 있을겁니다.

사실 산타가 있거나 말거나 그게 뭔 상관이겠냐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아이에게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음으로 설명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어렸던 아이에게 종교에 대하여 설명하는게 매우 어렵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갑지기 물어본 산타의 존재에 대한 질문 덕분에 간단하고 명쾌하게 종교에 대한 설명을 해준 것 같아 그 설명이 매우 적절했다고 느꼈습니다.

언젠가 맞이하게 될 현실 앞에서 산타라는 그 존재가 믿음이었다면 큰 실망 없이 받아 들일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또 그동안의 저의 연기들을 아이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종교에서 말하는 하느님, 부처님은 과연 실존하는 존재여서 우리는 믿음을 갖는 것일까요?

우리의 전통 신앙에서도 누군가 절대자를 향해 하는 기도의 주인이 과연 실존하는 위대한 힘을 갖는 누군가 였을까요?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사람들은 그가 있다는 마음으로,

나를 도울 것이라는 생각이 그들이 살아 숨쉬는 존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믿음인 것이죠.

종교에서 추앙하는 바로 그 절대자라는 존재 역시 믿음이 사라지는 순간 그 사람에게서 없어지는 그런 존재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위에서 말한 마치 산타클로스처럼요.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여러번의 크리스마스가 지난 어느 겨울 12월에 접어드는 즈음에

이제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많이 자란 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습니다.

열다섯이 된 아들 녀석이라면... 사실 다 자랐죠.

산타가 있다 없다. 예전에 '산타가 있다고 믿는 아이에게는 산타가 있다....' 뭐 이런 거 기억나냐면서 이야기하던 와중에,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아들! 산타클로스가 없다면, 당연히 산타의 선물도 없는거야. 안그래?"

라고 하니 

 

"아빠!! 산타클로스는 당연히 있지. 일렉기타 이펙터 정도는 아마 줄 것 같은데... 난 믿어 ㅋ"

 

ㅎㅎ

 

네. 이게 바로 종교이고 믿음입니다. 여러분.

 

산타와 함께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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